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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amari Union》 – 실존적 불안을 담은 집단 탈출극, 유토피아를 향한 무의미한 방황

by shareu 2025. 5. 2.

영화포스터(Ai생성이미지)
영화포스터(Ai생성이미지)

《Calamari Union》 - 실존적 불안을 담은 집단 탈출극, 유토피아를 향한 무의미한 방황

synopsis: 《Calamari Union》 – 무정부적 유머와 실존적 방랑의 도시 시학

《Calamari Union》(1985)은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Aki Kaurismäki)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일상적 공간과 상황 속에 비현실적 유머와 실존적 방황을 결합한 독특한 영화다. 영화는 '프랭크(Frank)'라는 이름을 가진 15명의 남자들이 '헬싱키의 비참한 동부'를 탈출해 '이상향'으로 여겨지는 '에이라(Eira)'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그들은 개별적 서사가 거의 없이 이름과 목적만 공유하며,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내러티브보다 분위기, 상징, 대사에 초점을 맞추며, 도시 공간에서의 소외와 존재의 무게를 역설적으로 희화화한다.

《Calamari Union》의 핵심 테마는 도시의 소외, 정체성의 붕괴, 탈출 욕망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무거운 주제를 비장하게 다루기보다는, 카우리스마키 특유의 건조한 유머, 간결한 대사, 반복되는 말장난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마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실존주의 희극극처럼, 목적 없는 방랑을 이어가는 인물들이 사회 규범과 언어, 정체성 자체를 해체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 명의 인물이 아닌, 동일한 이름을 가진 무명의 인물들이 각각 주인공이자 배경이 되며, 이는 정체성의 모호함과 개성의 해체를 상징한다. 영화 속 '프랭크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가는지도 모르면서 움직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능적 이동 욕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실험적 장치가 아닌, 당시 핀란드 사회와 도시 빈민의 고립을 간접적으로 풍자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카우리스마키는 《Calamari Union》을 통해 장르를 해체하고, 줄거리 중심의 내러티브가 아닌, 미니멀한 상황과 반복을 통해 관객의 인식을 교란시킨다. 그는 비현실적 상황을 마치 일상의 일부처럼 연출하며, 유머와 멜랑콜리를 동시에 발생시키는 독특한 영화 언어를 구축한다. 결국 《Calamari Union》은 단지 '에이라'로 향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밟고 지나치는 도시의 골목과 대화 속에 숨겨진 존재론적 불안과 희망을 환기시키는 실험적 도시 시학이다.

summary:  프랭크들의 끝없는 탈출 시도>

영화는 헬싱키 동부의 비참한 삶에 환멸을 느낀 15명의 남자들이, 모두 '프랭크'라는 이름을 공유한 채 '에이라'라는 도시의 서쪽 이상향을 향해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그들의 목표는 하나다: 지금의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초반부, 한 프랭크는 비장하게 도시를 떠나야 한다고 선언하며 모두를 규합하고, 이들은 낡은 밴, 택시, 지하철, 심지어 걸어서 각자의 방식으로 도심을 횡단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여정은 험난하고, 대부분은 길을 잃거나, 싸우거나, 낙오하거나, 심지어는 죽음을 맞이한다. 어떤 프랭크는 철학적 몽상을 펼치고, 어떤 이는 정치적 선동을 하며, 또 어떤 프랭크는 자신이 리더라 착각하며 혼자만의 여정을 떠난다.

에이라로 향하는 이 '비현실적 이주'는 점점 우스꽝스럽고 무의미한 방향으로 흐른다. 호텔에서 쫓겨나거나, 거리에서 노숙하거나, 택시를 타고 가다 방향을 잃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한다. 도시의 낯선 공간들은 인물들에게 단절감과 허무만을 안겨주며, 프랭크들은 다시 '왜 출발했는가'를 잊어버린 채 도시를 떠돈다.

결국 살아남은 몇몇 프랭크만이 에이라에 도달하지만, 그곳 역시 약속된 유토피아가 아니며, 공허와 침묵, 그리고 도착의 허무만이 존재한다. 영화는 이들의 도착을 통해, 탈출의 목적이 아닌 그 여정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조건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1.  출발 – 소외의 공간에서 탈출을 외치다

《Calamari Union》의 도입부는 현대 도시에서의 인간 소외를 철저하게 풍자한다. 프랭크들은 자신들이 사는 동부 도시의 삶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좁은 공간, 불편한 교통, 빈곤, 무지, 억압 등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란다. 이 장면은 마치 혁명 전야의 집회처럼 묘사되지만, 동시에 그것이 매우 엉성하고 즉흥적이라는 점에서 블랙코미디적 느낌을 준다.

각 인물은 실제로는 다르지만, '프랭크'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며 개성과 경계가 해체된다. 이는 도시가 만들어낸 익명성과 존재의 소외를 시각화한 장치이며, 관객은 누구도 특정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된다. 출발의 선언은 거창하지만, 곧이어 펼쳐지는 이동 방식은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각자의 즉흥성과 상황 논리에 맡겨진다.

이 과정은 탈출이라기보다 떠남을 위한 떠남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들은 목적지를 논리적으로 증명하거나 도달 가능한 곳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도착보다는 탈출이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이는 자본주의 도시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존재의 무의식을 상징한다. 즉, 에이라는 물리적 장소이기보다는 이상과 해방의 상징이다.

#2.  여정 – 부조리와 유머가 교차하는 방황의 시간

영화 중반부는 각 프랭크들의 여정이 겹치고 어긋나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동료와 다시 만났다 헤어지고, 때로는 엉뚱한 철학적 대화를 나누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폭력, 배신에 휘말린다. 이 장면들은 사실상 서사의 진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도시 경험의 총체로 기능한다.

어떤 프랭크는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하고, 또 어떤 프랭크는 자신을 신으로 믿는다. 또다른 프랭크는 길을 걷다가 스스로에게 절망해 죽음을 택하려 한다. 이들의 행동은 전통적인 영화적 캐릭터 아크(arc)를 따르지 않고, 삶의 예측 불가능성과 무의미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카우리스마키는 이 여정의 과정을 장면 전환이나 클로즈업 없이 무심하게 보여주며, 관객의 감정 이입보다는 거리를 유도한다. 인물들은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은 그 공간에 계속 갇혀 있는 존재로 묘사되며, 이는 도시화된 삶의 근본적 부조리를 풍자하는 구조다.

#3.  도착 – 목적지에서 드러난 공허와 반전>

마침내 몇몇 프랭크는 에이라에 도달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 도착을 클라이맥스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에이라는 기대와 달리 조용하고 비어 있으며, 그들이 꿈꿨던 낙원이 아님이 곧 드러난다. 이 장면은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며, 영화 전반의 무정부적 분위기와 실존적 주제를 강조한다.

도착한 프랭크들은 서로 흩어지고, 일부는 다시 도망치듯 도시를 떠난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떠났고, 왜 도착했는지를 설명하지 않으며, 영화는 끝내 이 여정을 결론 없는 질문으로 남겨 둔다. 이것이 바로 《Calamari Union》의 가장 강력한 전복적 미학이다.

에이라는 유토피아가 아니며, 이동은 해방이 아니었다. 오히려 카우리스마키는 이 탈출극을 통해, 진정한 자유란 장소가 아닌 태도이며,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존재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리뷰: 실존적 코미디의 탈장르 실험, 도시를 묻다

《Calamari Union》은 줄거리 중심의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도시 공간에 던져진 무명의 존재들이, 어떤 목적도 정체성도 없이 방황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 그 자체를 질문하는 실험적 시도다. 카우리스마키는 대사와 공간, 반복과 침묵을 통해 탈출과 저항의 아이러니를 유머로 감싸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든 '프랭크'들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형식적으로는 누벨바그, 고다르, 부뉴엘 등의 영향을 엿볼 수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도시 빈민, 실업자, 이민자 등 주변화된 존재들의 무기력한 저항을 상징화한다. 특히 모든 인물이 '프랭크'라는 점은 정체성의 집단화, 익명성의 위기, 그리고 현대인의 개별화된 고독을 통찰하는 장치다.

이 영화는 장르의 경계 바깥에 존재하며, 코미디와 비극, 드라마와 실험극 사이를 유영한다. 웃음 뒤에 남는 불쾌한 허무, 대사 뒤에 남는 철학적 공허함은 관객에게 지속적인 질문을 남기며, 현대 도시인의 실존 조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Calamari Union》은 단지 기괴하고 독특한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에이라'를 찾아 떠나는 우리 자신의 그림자다.